이걸 언제 읽었던 것인지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만큼 오래된 책이려니 이렇게 읽은 소감이란 걸 쓰는 게 가당키나 하겠나 싶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게 내가 요사이 출퇴근하며 하는 일이다. 읽은 거 생각해 내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 (비록 내 왜곡된 기억일 지언정) 간략한 소감을 남기는 게 읽은 독자의 권리이자 표현의 자유라고.
조선말기, 일제 강점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그리고 노무현까지 정리된 근래 보기드믄 방대한 역사서라 할 수 있다. 실은 이게 역사서인지 협박이나 겁박은 아니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가 우리 민족성을 은근히 식민사관 관점에서 보거나 믿을 게 못되는 종으로 써내려갔다고 보이는 부분이 군데둔데 보여서다.
가령 해방이후 우리나라에 크고작은 청치 정당이 300여개나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만큼 서로 의견을 달리하여 깃발꼽기만 해댔다고 하는, 그래서 잘 뭉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일 거다. 일제의 식민 사관에 표현된 우리 민족성을 나타내는 부분과 흡사하다 하겠다. 또한 정적살해에 대한 역사적 시각은 일제강점기와 해방이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정치적, 경제적 이해 득실에 따라 무고하게 잘려나가고 피해를 입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역사서를 다 일고 난 다음의 느낀점은 어이없게도 당시, "착하게 살자"였다.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된다면,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모함을 받을 수 있다고, 그게 가능한 게 한국 현대사를 통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민족적 특질이라고 학습되게 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엔 빨갱이, 종북, 친일 등등의 혐오표현이 많이 있고, 누군가를 표적화 했을 때 상당한 데미지를 주는 게 가능한 구조다. 언론이 떠들어대고, 정부가 조작하는 데 버텨낼 재간이 없다. 드레퓌스가 살아 돌아 온다해도 자기의 억울함은 명함도 못내밀 곳이 대한민국임을 학습시켜줬다.
강준만도 그러함을 알았던 것일까? 한때 그가 자랑하던 실명비판을 자재하고 조용히 <행복한 책읽기> 류의 저작 활동을 하면서 숨고르기를 할 때가 있었다. 이명박 시절이 그랬던 거 같다. 어떤 협박이나 위협이 직접적으로 가해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어쨌든 그의 날 선 비판을 한동안 접할 수 없었던 것도 이런 우리 사회의 취약점을 알기에 그 스스로가 취한 얍쌉한 행동이지 않았을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문재인 정권을 실명비판하며 재등판하더니, 이제 그가 비판하던 <신동아>에 글을 실어 김어준을 비판하고 있다.
그가 김어준 비판에 내놓은 꺼리들은 대부분 보수 논객들의 어조와 다르지 않아, 그의 인지기능이 심히 염려스러웠고, 어쩌면 신동아에서 작성한 글을 그의 이름을 걸고 내보여주는 게 아닐까 의심스럽기까지 한데, 어쩌면 <현대사 산책> 시리즈 말마따나 정부순응적인 태도로, 반정부 인사로 낙인찍힌 김어준 비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이책을 읽어야 할까? 말아야할까? 읽으란 말인가 말란 말인가? 판단은 독자의 몫이나 최순실(최서영)얘기는 눈을 씼고 찾아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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