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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경제·경영

[북리뷰] 고용신분사회

by 체리그루브 2018.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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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신분 사회

모리오카 고지 지음, 김경원 옮김, 김종진 해제

갈라파고스, 2017

 

책 제목을 보면서 나는 엉뚱한 지점에서 접근했다. 대기업, 중소기업의 상하 관계나 원청, 하청관계에서 존재하는 계급적 차별과 갑질을 다룬 것이라고 봤다. "신분"이라는 제목을 나름 그렇게 해석한 것인데, 읽고 보니

일본이라는 나라의 노동현실을 고발하는 책이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실상 일제 강점기에 우리에게 행했던 여러 차별과 착취를 메이지 시대 때부터 이미 자국민에게 해왔던 것. 영국도 산업혁명 때에 아동 착취가 있었다지만, 조직적이고 감금에 가까운 도동 착취를 자국에서부터 그래왔다면, 식민 노동에서야 어떠했을지 알만 하다.



새장에 갖힌 새보다도, 감옥보다도, 기숙사 생활이 더 고생스러웠던 시대였다. 독서, 풍기가 제한되고, 외박은 우수한 사원에 한 해 한 달에 하루 허락되는 정도였다. 그 시절 직공들의 삶은 참으로 고달팠겠다 싶다.
어느 자살한 소녀는 이렇게 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빚을 아직 갚지 못했는데, 죄송합니다. 불효막심한 딸을 용서해주세요. 더 이상 몸으로 버틸 수 없어요. 안녕히 계세요."(77)

이정도라면 요즘은 거의 범죄 수준이라지만, 이제는 좀더 다른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다룬다.

 

자본주의 사회는 경영자나 대주주로 대표되는 자본가 계급과 자기 노동력을 판 대가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 계급으로 구성된 계급 사회다. 그러나 노동자 계급을 한 덩어리로 묶지 않고 내부 직업, 고용 형태, 임금, 학력 등 이들 사이의 차이에 시선을 돌리면 자본주의 사회는 계층 사회이기도 하다. 총체적으로 보면 사회에는 고용 노동자가 아닌 농민, 자영업자와 그들의 가족 종업원도 있지만, 고용 노동자에 국한하더라도 그 안에는 경제적, 사회적 지위에 계층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179)

인터넷에서는 이와 비슷한 질문과 언급이 넘쳐난다. 상여금도 없고, 수당도 없고, 유급휴가도 없고, 승진이나 승급도 없고, 사회보험도 없고, 복리후생도 없고, 월급 명세서도 없고, 퇴직금도 없고, 일하는 보람도 없고, 존엄성도 없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 더구나 고용 등급을 세분화하여 혹사시키다가 '쓰고 내버리기'. 이런 시간제 노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19)

 

마르크스도 이미 예견했다 시피, 기업이 돈을 버는 진짜 이유는 물건을 팔아서가 아니라, 노동력을 착취해서라지 않았던가. 우리나라에도 문제가 되어왔던 비정규직, 계약직, 파견 노동자에 대한 일종의 계급적 선긋기가 존재하는 것은 결국 돈을 차등 지급함으로써 더 많은 이윤을 추구했던 기업 논리에 따른 것이다. 노동자 파견법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는데 다음과 같았다.

노동자 파견법을 시행할 때 파견이 허용되는 업무는 '전문적인 지식, 기술 또는 경험을 필요로 하는 업무' 또는 '취업 형태와 고용 형태 등의 특수성으로 인해 특별한 고용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업무'였다. 구체적으로 ①소프트웨어 개발, ② 사무용 기기 조작, ③ 통역, 번역, 속기, ④ 비서, ⑤ 문서 정리, ⑥ 조사 및 조사 결과의 정리와 분석, ⑦ 채무 처리, ⑧ 거래 문서 작성, ⑨ 시범 설명, ⑩ 가이드, ⑪ 건물 청소, ⑫ 건출 설비 운전, 점검, 정비, ⑬ 접수, 안내, 주차장 관리 등 13가지 업무였다. 시행 후 4개월째에 기계와 설비 설계, 방송 기기 등의 조작, 방송 프로그램 제작 등 세 가지 업무가 더해져 총 16가지가 되었다. (85)

 

소프트웨어 업계가 파견법에 해당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이런 것에 있다 할 것이다. IT 중소기업이 대기업 밑에 들어가 일하는 하청 형태이고, 촉박한 기한 내에 프로젝트를 성사시켜야 하는 면에서 과도한 노동이 요구되는지도 모른다.

 

정보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종사하는 SE 직장은 과로사가 아주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 피해자 중 한 사람인 니시가키 가즈야는 2002년 4월 23세에 가나카와 후지쓰소셜 사이언스 래브러토리(후지쓰SSL)에 입사해 27세인 2006년 1월 과로사로 사망했다. 업무가 가장 많이 쏟아졌던 한 달 간 실제 노동시간은 296시간 57분, 잔업 시간은 128시간 57분 으로 하루 평균 11시간 52분 근무했다. (163)

일본은 그나마 소프트웨어 개발의 프로세스가 명확하다고 하는데, 그것도 아닌것인가 싶다.

 

System Engineer 는 우스갯소리로 Slave Engineer 라고 불리우니, 현 처지가 처량하지 아니한가. 노동자 파견 제도는 파견 업체도, 사용 업체도 고용주 및 사용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 노동 형식이다. 파견 노동자는 파견 업체에도, 사용 업체에도 아무 말  할 수 없는 약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불안하고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느낄 때가 많다. (177)
저자는 이러한 고용신분사회를 바로잡자고 제안한다.

 

지금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은 개혁을 통해 고용 신분 사회의 진행을 저지하고 현대판 고용 신분제를 극복할 수 있다. 이를테면 파견 노동을 규제하고, 시간제 노동자나 아르바이트로 일하더라도 어떻게든 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다. 아울러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8시간 노동을 실현하는 것만으로도 지금보다 훨씬 제대로 된 노동 방식을 구현할 수 있다. (258)

고용신분 사회로부터 빠져나가는 열쇠
(1) 노동자 파견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2)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을 끌어내려야 한다.
(3) 고용과 노동의 규제 완화와 결별해야 한다.
(4)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5) 8시간 노동제를 확립해야 한다.
(6)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보면, 포괄임금제를 없애면 된다. 특히 소프트웨어 업계 종사자들은 이 부분이 갖는 의미에 크게 공감할 것이다.

 

국제 노동기구ILO에서 내 놓은 다음의 안내를 보자. (디센트 워크는 제대로된 노동 방식으로 변역)

<디센트 워크의 실현 조건>
① 일할 기회가 있고, 노동에 따른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
② 일할 수 있는 권리가 확보되어 있고, 직장에서 발언권을 쉽게 인정받을 것.
③ 가족의 생활이 안정적이고, 자기계발도 가능할 것
④ 공정한 대우, 남녀평등한 대우를 받을 것.(252)

 

<88만원 세대> 을 읽은 이후, 오래간만에 접한 노동 현실을 다룬 도서 였다. 인터넷에 연관되어 찾아지는 도서를 보니, 관심 가는 책들이 있어 나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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