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드러커는 경영의 그루로 칭송받는, 특히 우리나라 CEO들이 좋아라하는 미국의 경영컨설턴트다. 10년 전쯤 이분의 책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읽고 '지식근로자'라는 새로운 용어에 두근거렸던 설렘을 기억한다. 시간이 지나 그 의미가 퇴색될 즈음 나는 어느덧 지식경영시스템(KMS) 전문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고, 다시 지식경영과 지식근로자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게 되었다.
한 컨설턴트의 책꽂이에서 꺼내든 <피터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로 인해 다시금 이 노신사의 경영고언이 절절이 와 닿았다. 기억에 남는 점을 적자면, 첫째로 지식근로자는 "무엇을 공헌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라인의 근로자와는 달리 명확한 성과 측정이 애매한 것이 지식근로자다, 적당히 자기 할 일 쳐 내면서 일했다는 만족감에 스스로를 위안하며 살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발전이 없다. 드러커는 주문한다. "내가 무엇을 공헌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묻지 않는 지식근로자는 분명 목표를 너무 낮게 설정할 뿐만 아니라, 십중팔구 잘못된 목표를 설정하기 쉽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공헌의 범위를 너무 좁게 설정할지도 모른다.(p.66)
둘째는 조직 생활에서 지식근로자가 좋은 인간관계를 중시하다 보면 놓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관계를 너무 신경쓰다보면 일을 소홀히 할 수 있고, 눈치를 보는 경우도 많다. 속상한 일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런 감정소비는 누군가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찍기(뒷다마)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부분에서 드러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조직에 속해 있는 지식근로자들은 '인간관계에 타고난 재능(talent for people)'을 가졌기 때문에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자신들의 공헌에 초점을 맞추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관계에서 공헌할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그들은 생산적인 관계를 형성한다.(p.78)
목표를 달성하는 지식근로자는 결코 "그사람이 나하고 잘 지낼 수 있을까?"라고 질문해서는 안된다. 질문은 "그는 어떤 공헌을 하는가"라는 것이어야 한다. "그가 잘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결코 해서는 안 된다. 그의 질문은 언제나 다음과 같아야 한다. "그가 아주 잘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p.92)
셋째는 의사결정에 있어서 "한 번 더 검토해 보자"를 뿌리치라는 것이다. 이 말은 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마치 예수의 제자가 "몇 번이나 용서를 해줘야 합니까?"라고 묻는 것 처럼, 정말 몇번까지 검토하고, 그만두어야 하는가 하는 정량적인 질문을 안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러커는 정확히 자신에게 물으라고 말한다.
이 시점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지식근로자가 해서는 안 될 것이 하나 있다. "한 번 더 검토해보자"는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비겁한 방법이다. 용감한 사람은 한 번 죽는 데 비해 겁쟁이는 백 번도 더 죽는다. '한 번 더' 검토해보자는 요구에 대해 목표를 달성하는 지식근로자는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한 번 더 검토하면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오리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는가? 또 그 새로운 것이 적절한 것이 되리라고 믿을만한 이유가 있는가?" 만약 대답이 "노"라면 - 대개 그렇게 대답한다 - 목표를 달성하는 의사결정자는 다시 한번 검토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는 자신의 결단력 부족을 은폐하기 위해 우수한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p.208)
일찌기 그가 이 책에서 한 말인줄도 모르고 금언으로 간직해 둔 것이 있었는데, 이 문장에서 발견하게 되어 매우 반가웠던 것이 있다. 조직의 성공 여부는 평범한 사람들로 하여금 비범한 성과를 달성하도록 만드는 능력에 달려 있다.(p.102)
시간에 대한 그의 금언도 빼 놓을 수 없다.
아무리 시간을 잘 관리해도 지식근로자는 여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다. 요컨대 시간이란 본질적으로 필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적자 상태이다.(p.129)
미국 경영의 아버지라는 피터 드러커 메시지의 진수를 들은 것 같아, 작게나마 나의 일하는 방식에 좋은 영향력이 덧붙여 지는 효과를 입은 것 같았다. 진정으로 책을 대함의 목적은 나의 변화가 아니었는가 싶고, 이 책은 그런 욕망을 더 끓어오르게 한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던 영향력을 나도 만끽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 다시 예전에 읽었던 먼지 쌓인 <프로페셔널의 조건>도 마저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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