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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소소한 일상

지갑 분실 소동

by 체리그루브 2018.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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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아내가 내 바지를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그런데 외출할려고 보니 지갑이 보이지 않는다. 아내는 혹시 자기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빨래를 넣은 것이 아닌가 했다. 나는 거기에 확신을 얹어 쏘아 붙이고는 돌아가는 세탁기를 중지 시키고 물먹은 빨래들 사이로 둔탁한 지갑이 채이길 바랬다. 그러나 소득이 없었다.

 

아내에게 미안해할 새도 없이 지갑을 언제까지 소지하고 있었는지 되짚어봤다. 저녁먹을 때 식권을 빼는 동작까지 기억이났고 퇴근할 때도 언제나 그렇듯 폰과 지갑을 챙긴 기억이 흐릿하게 있었다. 그래도 모르니 동료에게 전화해서 책상위에서 내 지갑을 발견 한 것은 아닌지 확인했다. 본적없다라고 했다. 나는 다시 나를 집까지 바래다 준 회사 동료에게 문자를 남겼다. 혹시 조수석에 떨어진 지갑을 봤냐구. 확인해 보겠단다.

 

토요일 오후 이출 전, 어쨌든 빠른 결정을 내려야했고 카드 분실 신고부터 했다. 외출하고 돌아온 이후에도 찜찜함이 가시질 않았다. 어디에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여 욕실 파우더룸을 찬찬히 살피기도했다. 심지어는 간밤에 무의식적으로 침대에 떨궜거나 막내 아들이 어디엔가 버려뒀는가 싶어 관련없는 곳도 수색했다.

 

일요일.. 교회 갔다왔다. 어느정도 지갑분실은 채념단계에 이르렀다. 사실 지갑을 찾기 위해 기도할 생각도 못했다. 누가 기도제목을 내놓으라 했을 때도 나는 까마득 잊고 있었다. 그렇게 지갑분실은 기정사실화 되어버렸는데, 매우 늦은 저녁 <문제적 남자>를 보면서 창조적 사고, 발상의 전환이라는 부분 떠올렸다. 순간, 나는 왠지 지갑이 바지를 들추다가 떨어졌을 경우를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파우더룸 옷더미 밑을 뒤지기 시작했는데 쇼핑백 모아놓은 백 안에서야 내 지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내는 잠들었고 사과할 겨를도 없었다.

 

주말내내 지갑분실로 찜찜하게 보낸 것이 유연한 사고의 부재 때문이였다는 것을 알고나니 창피스럽고, 가족에게 미안한 감이 없지 않다. 이럴 때 인성이 나오는 것일까? 믿음 없음이 추하게 드러난 것일까? 어쨌든 되찾은 기분에 월요일 출근 발걸음이 한결 가벼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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