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_daum->
안녕하세요. 저는 22살 김유현(가명)입니다. 고3 첫 중간고사를 치르던 마지막 날로 기억합니다. 대학 입시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며 며칠 전부터 참아오던 배가 찢어질 듯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아픈 배를 부여잡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양의 피를 쏟아 냈습니다. 병명은 악성 림프종. 저는 특이하게도 암 덩어리가 장 속에 자리를 잡아 수술을 받았고 8번의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다행히도 결과가 좋아 지금은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며 완치 판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담담히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좋아졌지만 그때는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하필 고3 그 중요한 시기에 왜 나에게 그런 병이 찾아왔을까 하는 생각... 머리가 빠져 가발을 써야하는 내 모습, 독한 항암치료로 학교를 갈 수 없는 수많은 날, 울며 우겨댄 끝에 가끔씩 갈 수 있던 학교, 모든 것이 힘들었지만 저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저를 불쌍하게 보는 시선, 다 죽어가는 사람으로 보는 그 시선이었습니다. 활달한 성격이었던 저였지만 그 시선은 저를 더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술 문화로 가득한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참 힘들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과거 내 병을 이야기하며 술을 마실 수 없다고 말하는 것, 또 술 없이 그 무리에 동화되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또한 학기 초만 되면 쏟아지는 “왜 자네는 아직 군대에 가지 않았나.”라는 교수님의 질문에 많은 학우들 앞에서 대답하는 것도 참 창피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빨간약을 보면 겁이 나곤 합니다. 소아암 환자들이 맞는 빨간색 액체의 주사약, 그 약을 맞으면 속이 다 뒤집어지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힘이 듭니다.
요즘 매주 목요일마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놀이 수업 봉사를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세상에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고통을 청소년이었던 저도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어린 친구들은 얼마나 더 힘이 들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성격이 참 밝아 병동 친구들에게 인기가 참 많은 진주(가명)를 만났습니다. 6살 때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진단을 받아 항암치료를 받아 나았었지만 재발하여 1년 전부터 다시 집중치료를 받고 있는 올해로 10살이 된 귀여운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 밝음 뒤에 다시 끔찍한 항암치료의 세계로 돌아와야만 한다는 두려움이 있을 겁니다. 아직도 2년이나 더 받아야 하니까요. 이렇게 몸이 많이 아프다보면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치게 됩니다. 그래서 종종 몇몇 아이들은 아픈 것이 본인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픈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단지 아프면 좌절이 커지면서 자신을 자책하게 되는 것이죠. 너무나 안타깝지만 제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나는 친구들에게 아픈 것은 우리들의 잘못이 아니니 자책하지 말고 밥 잘 먹으며 이겨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는 것뿐입니다.
사실 소아암의 완치율은 80%에 이를 정도로 높지만 우리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아직도 따갑기만 합니다. 머리숱이 적어지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종종 우울증을 앓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도 많이 버겁기에 소아암 환우는 물론 그 가족들도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저에게 찾아왔던 그 아픔들이 어린 소아암 환우들에게는 조금 덜 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환우들이 좋은 심리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아직 세상 속에 자신을 떳떳하게 내놓지 못한 아픔을 잘 극복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육체적 고통을 넉넉하게 이겨내 주길 소망합니다. 우리의 과거 아픔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먼지만큼이라도 장애가 되지 않기를 소원합니다. 더 이상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네티즌 여러분!! 우리에게 용기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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