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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자기계발

[북리뷰] 나는 정신병원으로 출근한다

by 체리그루브 2013.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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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100년의 기업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런 꿈의 직장과 현실 직장의 간극이 그랜드 캐니언 보다 크고 넓음을 보고 한 숨을 쉰 적이 있다. 그런데 혹시 그것도 뻥이 아닐까? "대부분의 기업은 양면성을 가진 야누스의 얼굴을 지녔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실제 내부의 모습. 고광택 카탈로그로 은폐하고, 사업보고서에서 누락시키고, 경영진의 혓바닥으로 아름답게 페인트를 칠한 기업의 담장 안에선 순도 100퍼센트의 정신병이 미쳐 날뛰고 있다."(p.8-9)

 

저자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상담해주는 컨설턴트며 저널리스트다. 업력이 쌓이다 보니, 많은 내담자들로부터 공통적인 직장에 대한 정신병원적 증상들을 얻어낼 수 있었던 듯 하다. 저자는 풍자와 은유를 섞어 재치 넘치는 표현으로 '직장'을 '정신병원'으로 'CEO'를 '정신병원 원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직장인을 대변하는 인권운동가 처럼, 잭웰치를 '직원 좇아내기를 기업 스포츠로 전락시킨 장본인'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잭웰치를 경영혁신의 선구자 쯤으로 칭송하는 경연이론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저자가 표현하는 이 정신병원과 같은 직장은 대부분 독일에 위치한다. 선진국 꿈의 직장들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사실상, 독일에 비하면 직장환경이 훨씬 못 미치는 우리에게는 거의 100퍼센트에 가까운 기업들이 이처럼 정신병원이라는 규명을 피해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자는 경고한다. 정신병원에 너무 오래 있으면, 물든다고. 어느날 CEO나 부장과 같은 마인드를 갖고 직장 부하를 대하는 자신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것을 권유한다.

 

다음은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글들을 모아 봤다.

 

정신병원이 아닌 직장, 당신에게 딱 맞는 직장을 찾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다. 그래야만 당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고, 심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으면서 행복한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내 장담한다. 아무리 시절이 하 수상하다 해도 당신과 가치를 공유하는 직장을 찾을 수 있다. 직장이 당신과 맞을수록, 그래서 억지로 당신을 미화시키거나 왜곡시킬 필요가 없을수록, 회사의 가치관과 당신의 가치관의 교집합이 클수록, 당신이 들어가고 싶은 회사의 면접관을 설득시키기가 쉬울 것이며 새 직장을 쟁취하기가 쉬울 테니 말이다. (p.4-5)

 

 

 

미친 책을 만날 준비를 하라. 기업이라는 이름의 위험지구에서 나온 재앙의 보고서와 마주할 각오를 하라. 하도 기가 막혀 울부짖게 될지도 모르고, 하도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트릴지도 모르겠다. (p.11)

 

 

 

회사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이윤의 극대화! 고객은 수입의 원천이자 환금성 계좌일 뿐이고, 환경은 착취해도 좋은 천연자원일 뿐이며, 직원은 빚을 다 갚아야 보내주는 노예에 불과하다. 감원과 원가절감이라면 인정사정이 없다. 특히 대기업들이 이런 금권주의 원칙을 따른다.(p.23)

 

 

 

치명적 악순환이 시작된다. 개발팀원들이 팀장에게 이런저런 큰 문제들을 보고한다. 개발팀장은 부장에 '큰' 문제가 몇 개 있지만 기한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한다. 부장은 이사에게 '작은'문제가 있지만 별 것 아니라고 보고한다. 이렇게 상부와 소통하는 단계를 하나 거칠 때마다 문제는 축소된다. 문제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p.43)

 

 

 

진실이 최고경영자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이유는 직원들이 나쁜 소식을 전달하다가 모가지가 잘릴까봐 겁을 내기 때문이다. 현실이 사장실로 들어가지 못하는 현상을 두고 심리학자들은 '경영자병'이라고 부른다.(p.44)

 

 

 

국제자문기업 DDI가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독일 인사담당자의 96퍼센트가 자기가 할 일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면접에서 해서는 안 될 질문과 해도 되는 질문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p.65)

 

 

 

창립한 지 하루 이상 되는 회사는 모조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소재지 경계선만 벗어나면 도무지 물건을 구할 수 없는 기업도 순식간에 '국제적인 기업'으로 변신한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후 변신이란 걸 해본 적 없는 기업도 '혁신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기업'이 된다.(p.67)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극도의 정밀함을 요하는 기계를 다루고, 입이 딱 벌어지는 거액을 마케팅에 쏟아 부으며, 수학공식에 맞춰 영업실적을 계산하는 바로 그 기업이, 인사정책에선 점을 치고 신탁을 청한다. 기업의 성공이 사람에 달린 것이 아니라 기계나 광고 슬로건에 달린 것처럼.(p.75)

 

 

 

독일에서 8천 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71퍼센트가 자사의 회의준비가 미흡하다고 대답했다. 57퍼센트는 회의가 일의 진행을 지연시킨다고 답했고, 52퍼센트는 회의에서 책임소재가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는다고 답했다.(p.96)

 

 

 

개발부장은 최신제품이 전구의 발명 이후 가장 창의적인 작품이라고 떠벌리면서 판매부진의 이유를 판매부장에게 떠넘긴다. 판매부장은 자신의 판매전략은 알프스를 넘은 한니발의 정복전쟁 이후 가장 공격적이라고 입에 거품을 물면서 홍보부장에게 공격의 화살을 돌린다. "광고를 안 하니 제품이 죽지요. 그게 문제입니다." 홍보부장은 제품광고가 성공적이었다고 반박하면서 경리부장을 향해 독침을 날려댄다. "광고예산을 그렇게 축소해대니 어떻게 고급스러운 광고가 나오겠나고요."(p.97)

 

 

 

생활에 밀접한 핸리 포드의 비전과 비교하면 이런 인간미 없은 경영의 은어가 얼마나 창백해 보이는지 모른다. 언어는 공허한 내용의 포장일 뿐이다. 기업은 심장없는 세계화 조직으로, 영혼없는 이윤추구 기계로 전락한다. 직원들에게 기업은 "왜?"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월급을 빚진 채무일 뿐이다.(p.113)

 

 

 

잘 아는 기업들의 비전을 볼 때마다 내 확신은 굳어진다. 비전은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등대가 아니다. 기업이 넘지 못하는 울타리다. 비전 역시 대용마약이다. (p.115)

 

 

 

1998년 5월 다임러는 '위대'와 '과대'의 차이를 망각한 채  미국기업 크라이슬러를 합병했다. 그 미국기업이 심각한 재정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기정사실이었지만, 탐욕에 눈이 먼 슈트트가르트의 정신병원 원장님 위르겐 슈렘프는 날개가 굳어버린 경쟁사를 자동차산업의 하늘에 뜬 가장 예쁜 새인 양 한 입에 날름 집어삼켰다. 나중에 복통을 앓게 되리라는 상상도 못한 채...  그리고 감칠맛 나는 목소리로 자신이 '세계 AG(다임러-클라이슬러)'의 원장이라고 크게 외쳤다.(p.159)

 

 

 

남의 아이디어는 다 좋은 아이디어다. 남의 떡이 더 크다. 남의 직원들은 점심시간에 밥 대신 아이디어를 떠먹기라도 하는 듯. 목표 때문이 아니라 경쟁사가 그걸 하고 있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기계를 구입했으며, 얼마나 많은 사업확장 프로그램을 실천했고, 얼마나 많은 사업모델을 시험했던가?(p.189)

 

 

 

분데스리가 축구팀이 예전에 잘 뛰던 선수의 아들을 영입한다고 해서 승리를 거둘 수 없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아이들에게 글을 쓰게 한다고 해서 세계적인 문학 작품이 나오지 않듯, 아들에게 물려준 기업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p.195) --> 이부분은 웬지 차붐의 아들이 떠올려졌다. ㅋㅋ

 

 

 

임원 10명 중 4명은 비서에게 경영지식을 기대한다고 대답했다. 3명은 외국어실력을 자격요건으로 꼽았다. 그러니까 요즘 비서는 없어져도 하등 상관없는 '타이피스트'가 아니라, 임원의 대변인과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p.200)

 

 

 

클라우디아 메르거는 말했다. 직원들을 통조림에 든 양송이버섯처럼 '1등급', '2등급', '3등급'으로 분류하자는 미친 아이디어는 현대 경영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한 인물의 머리에서 나온 작품이다. 제너럴일렉트릭의 CEO였던 잭 웰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p.214-215)

 

 

 

직장인에게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재앙, 절망과 불행과 정신질환과 자살은 그 뿌리가 방랑의 욕망에 있지 않다. 정반대다. 너무 오래 미친 회사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고, 옮길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며,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고, 너무 많은 심저거 부담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정신병의 제물이 될 때까지, 절망의 사냥감이 될 때까지, 정신병원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떠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p.241-242)

 

 

 

"직장에서 어떤 상황일 때 기분이 나빠지나요? 그 느낌이 분노나 슬픔처럼 명확한가요? 아니면 왠지 불쾌하고 찝찝한 기분인가요?"(p.246)

 

 

 

같은 유형의 미친 회사에 여러 번 들어간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잊지 말고 자문해야 한다. "내가 이런 타입에 끌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어떤 미끼에 약한가?"(p.280)

 

 

 

 

채용공고가 잦다는 건 세가지 의미한다고 한다. 1. 고용주의 요구사항이 너무 많다. 2. 능력있는 구직자가 오지 않는다. 3. 들어오는 직원마다 얼마 못 가고 족족 사표를 낸다. 상사가 까다롭고, 직원이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못하는 조급한 기업문화일 가능성이 높다.


면접에서 냄새가 나는 요소들.. 
  • 성과급은 임금이 정해져 있지 않고 성과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 기본급이 아주 적기 때문에 각자 능력에 따라 열심히 일해서 보너스를 많이 타가라는 소리.
  • 과도한 책임감을 후렴구처럼 반복하는가? 리더의 자리가 아닌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위험한 업무를 맡기고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 당신의 책상으로 시한폭탄이 굴러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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