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 아들이 끝났다. 주3회씩 찍어내며 빠르게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며 종영했다. 모두들 점심 자리에서 삼성가를 얘기하며 한껏 사실관계 여부를 조목조목 따지곤 한다. 작가는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과 결부시켜서 진도준의 성장 서사를 이끌어냈다. 매우 극적인 장면 연출의 연속이었는데, 그게 또 놀랍지 만은 않은 게 우리와 매우 가까운 역사이고, 어제와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면, 어떤 주식을 사거나 로또를 살거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곤한다. 영화 <백투더퓨처>에서도 복권 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던가? 현재로 돌아와 보니, 자기 부모님 집 자체가 달라져 있었던 것이다. 과거로의 회귀를 다루고 역사의 주요장면에 주인공을 다시 새운다면 그것은 나를 그리로 불러들여 세운 것과 진배없는 감격과 기쁨을 선사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상대가 한 왕국이었다는데 남다르다.
재벌은 왕족이 사라진 시대에 스스로 왕족으로 군림하며, 자신들의 순혈에 위협적으로 올라서는 가신을 어느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다. 비록 계급이 공식적으로는 사라진 세대라고는 하나 천문학 수준의 부를 축적한 저들의 재산 승계와 탈법은 일반인들의 법감정과는 사뭇 다르게 작동한다.
그 지점에서 정의가 필요했고, 재벌 가문의 사적인 용무를 도맡아 수행하던 윤현우가 비자금 수거를 위해 외국에서 수행도중 살해되자, 곧 재벌집 막내 손자로 빙의하여, 재벌의 최종 몰락에 기여한다는 이야기다. 정확히는 전문 경영인을 내세운 경영으로 바로 잡는다는 얘기다.
15회까지가 진도준의 이야기고 16회에서는 다시 윤현우다. 진도준이 죽은 그곳에 사실 윤현우가 있었다. 윤현우는 하청업체 계약직원이었다가, 이 사건을 계기로 일약 고졸 특채로 순양에 입사에 몸바쳐 20년을 봉사한다. 그리고 그만이 갖고 있던 녹취 파일을 틀어 청문회 자리에서 진성준 부회장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린다. 나머지 형제들도 원했던 바였을까? 못먹는 감 재 뿌린다고?
윤현우에게는 어느덧 진성준의 기억이 보이는 듯하다. 서검사를 설레게 하기도 하고 미라클 인베스트먼트에서 자문으로 활약하려는 모습으로 마무리 된다.
순양이 은유된 대상은 누가뭐래도 삼성인데, 이걸 보는 삼성가는 어땠을까 궁금하다. 모두들 자기들 이야기라고 한 자리에 모여서 봤을지 아니면, 방영 전에 미리 전 회를 검토했을지 알리 없지만, 어쨌든 방송 송출사가 JTBC라는 게 의미심장하다. 이건희 전회장의 사모님 홍라희 여사의 동생인 홍석현 전회장의 방송사가 아닌가?
드라마에서 처럼 장자승계는 이미 이맹희에게서 이건희에게로 옮겨지며 깨진 것이고, 재산 상속도 다 끝난 마당에 긁어 부스럼 만들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그럴만 하지만 이제 사면 받고 나온 이재용 부회장에게 사회적 용인을 위한 과감한 선동책과 같은 드라마였다면 그 해악은 위험 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는 다른 의미로 재벌을 용인해주고 인정해 줄 수 밖에 없게 끔 하는 역할이 부여된다.
아직도 제일모직(구 애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물산의 제일모직 흡수합병 등으로 재산을 잃은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그들을 드라마는 '투기 세력'이라고 폄하한다. 그분들에게 이 드라마는 얼마나 불편할지 감정이입을 해 본다.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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