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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애도의 문장들

by 체리그루브 2022.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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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정희진 작가의 책을 읽다가 다음의 글귀에 멈춰섰다.

 

"고통 중독자이자 활자 중독자인 나는 엄마의 죽음 이후 죽음과 관련된 수많은 책을 읽었다."
<혼자서 본 영화> 中

 

예전에 죽음과 관련된 수많은 책을 읽다가 저술했다는 책을 하나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작가가 혹시 동일인물인가 싶어 찾아보기로 했다. 메모장 목록에서 '죽음'과 관련된 독서 목록을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 밀리의 서재 독서목록을 찾아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지역 도서관 대출 이력에서 찾았고, 김이경 작가의 <애도의 문장들> 임을 알 수 있었다. 세세한 부분까진 기억나지 않지만 강력한 인상이 남겨졌던 책으로 기억한다.

다행히도 당시에 빛났던 구절들을 원노트에 메모해 뒀어서 함께 나누고자 한다. 

 

나는 이제 가는 곳마다, 카페에서나 거리에서나, 만나는 사람들 하나하나를 결국에는 죽을 수밖에 없음이라는 시선으로, 그러니까 그들 모두를 죽어야 하는 존재들로 바라본다. 그런데 그 사실만큼이나 분명하게 나는 또한 알고 있다. 그들이 그 사실을 결코 알고 있지 못하다는 걸. 나는 사람들이 죽음의 필멸을 모른다는 바르트의 문장에 동의하지 못한다. 그가 거리에서 나를 본다면 내 얼굴의 무감함을, 멍하거나 날 서 있거나 무언가에 사로잡혀 고집스럽게 무표정한 모습만을 볼 테지만, 그래서 저 여자는 필멸의 운명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듯이,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죽음을, 각자의 슬픔을 여민 채 살아간다. 절망스러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슬픔들을 나눠 슬픔에 얹힌 고독의 무게를 덜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p.43-44)

 

156명이나 되는 꽃같은 이들이 무고하게 죽었다. 그 필멸의 운명을 직감하는 순간 너무도 갑작스럽게 얹혀졌고, 그 멍과 상흔은 대한민국 전체에 드리워졌다. 국가가 애도한다. 모두가 울어주고 엄숙한 기간을 기념한다. 부디, 그 슬픔들을 잘 추스리고 살아내시길.

 

침묵, 기도, 노동을 엄격히 지키는 엄률 시토수도회에서 유일하게 허락한 한마디는, 인사말을 대신한 “메멘토모리(죽음을 기억하라)”라고 한다. 구도자들만이 아니다. 옛날 로마에서는 개선장군이 행진할 때 “메멘토 모리” 하고 외쳤단다. 승리에 도취된 절정의 순간, 죽음으로 삶의 한갓됨을 일깨운 것이다. (p.87)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인상적인 구절 중 하나가, "Valar Morghulis(발라 모굴리스)." 다. 뜻은 '모든사람은 죽는다'는 뜻이다. 함께 나오는 구절이 메멘토모리인데, 이 또한 '죽음을 기억하'란 뜻이란다. 우리의 인생을 부질없는 욕심에서 벗어나게 하고 지금 이 순간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되새기게 한다.

 

부디 이번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모든 이들로 인하여, 대한민국이 새롭게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어 일어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 시간에도 허무한 떠나 보냄에 상실감이 큰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직면의 시간과 회복이 함께 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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