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리뷰] 환승연애 시즌1
<환승연애> 재밌다는 얘기는 익히 많이 들었다. 시즌2가 종방된지 일 주일도 안지났는데, 이제야 시즌1을 본 소감을 나눈다는 것은 완전히 뒷북이다. 앞서 <솔로지옥>을 2번이나 본 터라, 왠지 출연자 나이도 더 어리고, 진중하지 못한 가벼운 데이팅 예능이겠거니 했다. 난관도 있었다. 교차편집을 이해하지 못한 것. 딸이 옆에서 설명해줘서 난해함이 풀렸다. 전 X와 한 집에서 지내되,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한다는 룰이 신선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는 한 주가 지날 때마다 X가 누구인지 한 쌍씩 공개한다.
컨셉이 잘 잡힌 덕분일까?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큰 저택에 건강한 젊은 남녀 4쌍이 모여 건전하게 호감을 탐색하는 모양이 보기 좋았다. MZ세대의 공유공간이라는 게 과연 이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누구는 직장을 나가고, 누구는 집에서 재택으로 일하고 또 누구는 타인을 위해 집안일을 한다. 그렇게 3주가 흘러 서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짝대기를 긋는다. (말이 그렇지 결말은 훨씬 그럴싸 하다.) 후에 편입한 정혜임, 이상우 커플까지 합해 총 5쌍이 호감을 타진하다가 결국 자신의 X를 찾아간 1쌍(민영, 주휘)과, 또다른 이성을 찾은 한 쌍만(보현, 민재)이 성공했다.
느낀 점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권의 변심이다. 솔직히 그의 행동을 보고 초반엔 실망했었더랬다. 왜냐하면 그가 "혜선을 만나기 위해 나왔다"라는 말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자주 출몰하는 압구정로데오를 서성였더랬는데 한 번도 만날 수 없었다는 맨트와 함께. 그러니 혜선도 어느정도 정권이 몰래 몰래 자신을 신경써 주겠거니 기대했을 거다. 그러나 정권이 민영에게 첫눈에 반해 버리는 사고(?)가 나고만다. 좀더 자기감정에 솔직한 정권의 이런 행동은 이해받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 줄 몰랐다고 말한다. 정권과 민영의하일라이트는 제주도 차박이었다. 22살밖에 안된 청년이 장비를 다룰 줄 아는 손재주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정권의 지고지순은 선택받지 못했다. 반면 정권의 X, 혜선이 점차로 달리 보이기 시작했는데, 남자를 즉흥적으로 던지는 말투가 보통이 아니다 싶었다. 약간 능수능란하게 말을 하는 경향이어서 더 그런 것 같다. 그나마 그 대상이 '직진남' 주휘였기에 상황은 먹히지 않았을 뿐.
둘째는 민영의 태도다. 그녀는 이번 시즌 여자 멤버 중 가장 화려한 썸을 즐겼다. 그리고 전남친을 향해 다시 돌아왔다. 어쩌면 그녀는 남친인 주휘의 절박함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권을 이용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본인만 아는 일. 그래서 나는 민영의 태도가 불편했고, 주휘의 직진 스타일을 응원하면서도 상대가 그녀이기에 좀 아쉬웠다. 그리고 두 사람이 코코가 자는 방에서 쑥덕이던 것은 만인의 공분을 사기에도 충분했다. 후반에 가서 주휘가 정권을 견제하는 모양새도 참 페어플레이 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말은 "민영이 좋아하면 하는 수 없지만.." 이라 하면서도 자신이 얼마나 주도면밀하게 정권을 밀어냈는가는 지나치다 생각했다. 민영은 3명의 남자에게 선택을 받았고, 결국 전남친을 선택했다. 주휘의 중간 인터뷰를 보면, 사귈때에도 이런 모습이었다는데, 주휘가 안타까울뿐이다. 유유상종 (類類相從)
셋째는 호민의 처신이다. 무표정하면서 차분한 도시남 이미지였고, X와 남남인 것을 확실히 해 두고자 온 것임을 재차 강조했더랬다. 입소하기 전에 다들 그렇게 스스로를 마인드 컨트롤 하나보다. 그런데 내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길 것을 직감하자, 갑자기 심경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이는 모든 참가들이 가질 수 있을법한 상황이었고, 혜선이 가장먼저 숙소를 이탈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던 듯 하다. 그럼에도 모두가 동일하게 표현한 것은 아니었다. 호민만큼은 이 방송 출연자들이 갖는 후회와 집념을 가장 찌질하게 보여줬다. 그는 나이스하게 보여줄려고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만, X인 보현은 민재에게 갔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자기만의 룰에 갖혀 지내게 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뱉는 말 족족 말장난 처럼 들리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본인에게 솔직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넷째는 코코의 재발견이다. 이 <환승연애>의 가장 최대 수혜자는 코코가 아닐까 한다. 그녀는 이미 입소전부터 완성형이었다. 쿨내가 진동하고, 멤버들을 격려하고, 자기 X의 사랑을 지지해 줄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최근 유투브 구독자 수만해도 50만이 넘겼다. (구독자가 성공의 바로미터는 아니다) 그녀는 여기에 출연한 인싸로서 나름 다른 참가자들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사람과 대면하면서 갈고 닦인다고 했다. 서로 극한의 감정적 격변을 일으킬 수 있는 그래서 스스로를 단단하게 해줄 상황이라면 단연, 전 애인의 사귐을 가까이에서 대면하는 것도 하나의 극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이들은 애써 이를 매운맛이라고 하는데, 모두들 한뼘씩 성장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