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때리는 그녀들 75회 관전평 (23.01.11) 슈퍼리그 8차전 - 월드클라쓰 vs 탑걸, 4강 2차전
대망의 마지막 준결승전, FC월드클라스와 FC탑걸 간의 경기였다. 만년 슈퍼리그 3위의 탈출이냐(월드클라스) 아니면 챌린지리그로부터 슈퍼리그 결승 진출이냐(탑걸)를 다투는 경기다. 경기결과는 2대2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 4대3으로 탑걸이 우승했다. 탑걸은 이제 FC구척장신과의 결승전을 하게 된다. 챌린지리그에서부터 파죽지세로 6연승으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과연 결승을 통해 슈퍼리그의 우승을 가져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선취골은 에바의 킥인이 유빈의 옆구리를 맞고 들어가 전반 2분만의 자책골로 월클이 앞섰다. 유빈은 이것으로 통산 자책골 4골이됐다. 아유미가 가장 무서워 하는 골게터는 다름아닌 같은 팀 동료, 유빈인 셈이다.
이을용 감독은 킥인 시 속전속공을 주문했고, 탑걸은 허리가 없어 매번 볼이 잘리고 말았다. 사오리의 양발 슈팅이 빛났지만 역시나 결정력은 약했다. 월클이 우세를 가져가는 가운데 채리나가 나티의 높이 뜬 발끝에 맞아 턱 부상을 입었다. 순간 채리나는 "아이씨"했다. 그러고는 "언니가 아파서 그랬어, 언니 양아치 아니야" 한다. 순간 빵 터졌다.
전반 8분, 보경의 킥인이 월클 골키퍼 케시의 손을 맞고 들어가, 케시 자책골로 경기는 다시 1대1이 됐다. 그렇게 전반전은 끝이 났다. 다시 원점이 됐다.
후반 월클의 맹공에 탑골은 정신을 못차렸다. 아유미의 얼굴도 사색이 됐고, 볼을 어디다 줘야 할지 몰라 했다. 그러나 사오리의 라인 밖 핸드볼 파울이 선언되면서 탑걸은 절호의 기회를 가져갔고, 보경이 찬 볼을 간미연이 방향을 바꿔 깔끔한 역전골을 만들었다. 후반 6분시점이었다. 간미연은 역대 데뷔골이었고, 최진절 감독은 세리머리로 아이돌 춤을 췄다. 경기는 이로써 탑걸이 2대1로 앞서갔다.
이을용감독은 다시 월클의 전의를 다잡았다. 그런데도 탑걸은 공격의 추세를 늦추지 않았다. 코너킥, 킥인 등의 찬스가 연이어지고 경기의 양상은 대체로 탑걸에게 넘어가는 듯 했다. 결정적인 기회가 왔을 때에조차도 에바는 헛발질로 넘어졌고, 이에 부딪힌 채리나는 다리에 쥐가 나서 더이상 경기를 뛸 수 없었다. 다영이 대신 들어오고, 탑걸은 전력공백이 생기게 됐다.
수비를 하기 위해 내려온 보경이 경기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골키퍼에게 받은 볼을 다시 건네주다가 볼이 힘없이 흘러 사오리 사정권에 들어왔다. 기회를 포착한 사오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볼을 넣었다. 경기는 다시 2대2로 곧이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승부차기는 골키퍼의 대결이었고, 아유미가 잘 막았다. 케시는 이번 승부차기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남겼다. 몸이 다소 무겁다는 느낌을 줬으며, 공중에 뜬 볼을 잡기에는 무릎을 너무 많이 굽혀서 도리어 서서 볼을 잡는 것 만큼도 잡아낼 수 없었다. 무너지는 균형으로 볼을 대부분 놓쳤다. 뭔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력이었다. 케시가 예전에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체적으로 볼이 손에 착착 잡아내질 못했다. 그만큼 경기는 위태로울 수 밖에 없었다.
나티와 사오리의 공격 전개가 너무 좋았는데 월클이 결승에 가지 못한 것은 기회가 왔을 때, 너무 급한 나머지 볼을 침착하게 주워넣지 못한 면도 있고, 반대로 아유미가 너무 잘 막은 덕분 일수도 있다. 역시 골키퍼에 있어서는 아유미가 가장 선방 능력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