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학교폭력 복수서사 - 드라마 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날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에 대한 복수 서사를 다룬다. 주인공의 긴 복수 여정은 운의 연속이 아니면 불가능한 판타지다. 18살의 고통을 갚기위해 18년을 준비해 왔다. 복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버리고, 가해자를 철저히 고립시키 위해 주변 정리에 들어간다. 방법은 치밀하게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면서 스스로 무너지게 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도 학교폭력 이력이 있는 인플루언서들이 발 디딜 틈이 없도록 방송출연에서 제외 시키는 정서가 자리잡혔다. 이러한 정서가 반영이라도 된 듯이 <더 글로리>는 한 유명 기상캐스터가 과거 학교에서 잔인하게 학우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피해자들의 편에서 당한 그 고통의 크기와 상처를 보여주고, 치밀하게 복수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를 보며 떠오르는 몇 가지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인구의 절반이 총을 사용할 줄 아는데, 총기 사용이 규제된 나라, 대한민국에서 복수는 가능한가 하는 질문에 <더 글로리>가 답하는 내용이 흥미롭다. <마이네임>처럼 강력한 무력을 갖춰서 악을 힘으로 제압한다는 스토리는 아니다. 어쩌면 <블랙의 신부> 처럼 남자의 환심을 이끌어낸다는 로멘스 복수극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전에 문동은(송혜교 분)은 공장에서 일을하며 주경야독으로 교육대학을 진학하고, 박연지(임지연 분)의 딸 담임 선생으로 부임함으로써 복수의 시작을 계획한다. 앞으로 어떤 복수가 이루어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둘째, 가해자들은 스스로에게 폭력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들이 괴롭혀도 되는 피해학생들은 이미 현저하게 사회적 약자들이다. 약자들은 그렇게 당해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란 특별한 믿음을 갖고 있다. 부모의 재력에 의해 사회 진출후에도 출발선 자체가 다르리라는 믿음이 있다. 푼돈 몇이나 주고 입막음하면 그뿐이라고 치부한다. 법 위에 존재하고, 부를 되물림하면서 제왕적 지위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오만이 묻어난다. 이들에게는 신도 자기 편이다. 이들은 그동안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의 폭력은 하나의 유희였고, 누군가의 존엄을 짓밟는 행위로 스스로의 지위를 확인했다.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복수란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셋째, 학교폭력 현장에서 자행되는 교사의 2차 가해 행위 부분이다. 교사가 어떤 경위로 매수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피해 학생을 마치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존재로 하찮게 여기는 장면을 보게 된다. 피해 학생의 고통보다, 자신의 안위가 더 큰 문제인 듯이 학생의 뺨을 수차례 때린다. 이를 말리는 동료 교사들의 저지도 너무 약해 보였다. 극적인 과장일 수 있겠지만, 피해 학생입장에서는 교사도 가해자나 마찮가지 일테니, 심증적 배신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듯 하다.
이 드라마의 공개 시기도 흥미롭다. 얼마전에 <재벌집 막내 아들>이 끝난 시점을 비켜서 <더 글로리>가 오픈한 것이 그렇다. 본래 부부였던 송중기와 송해교의 작품 주연 대결이어서 오픈일자를 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양상을 보면, <재벌질 막내 아들>이 가졌던 화재성을 고스란히 <더 글로리>가 받아낸 게 아닌가 싶다. 직장에서 점심을 먹으며 나누는 대화가 이런 화제성이랄 수 있는데, 현재는 <더 글로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가고 있다. 다만 이번 8회 공개로 다소 아쉬워한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복수가 진행될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