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붉은 끝동 - 드라마리뷰
[옷소매 붉은 끝동]이라는 드라마를 정주행했다. 이 드라마가 21년 MBC 최고의 드라마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됐다. 그저 그런 궁중 로멘스일 거라 생각했는데, 단단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것이 마음에 퍽 와 닿았다. 누구의 소유일 수도 없으며, 오롯이 자신으로 살고 싶어하는 여인이 왕의 애닮은 연모를 받아들이는, 자기희생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드라마에는 참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감히 왕으로부터 700 궁녀들을 지켜야 하는 제조상궁의 대립각도 그러했고, 세손이 왕이 되길 막아서던 옹주자가도, 그리고 영빈과 제조상궁 조씨와 영조의 삼각관계도 흥미로왔다. 무엇보다 영조의 히스테릭한 표현이 그간 다른 드라마에서 보여오던 것보다 더 강렬했다.
특히나 드라마 <동이>로도 알려진 숙빈 최씨의 자식으로 궁에서 아무 기대도 받지 못하던 영잉군이 왕위에 올라 젊어서는 '게장대왕'이라는 소리를 들어야했고, 아들 사도세자도 죽여 '아들을 희생시킨' 왕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손자를 돌봄에 아비같은 이를 만들지 않으려 여간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을까 싶은 심정이면, 영조의 완벽에 가까운 청렴추구와 군주의 면모를 정조에게 승계하려던 욕심이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당시 세손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많은 대신들까지 눈치봐야했으니 영조의 이런 히스테릭한 모습이 오히려 과한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리어 우리들이 생각못했던 부분을 알려주는 내용에서 감탄하며 지켜봤다.
대미는 마지막 엔딩이었는데, 한낯의 꿈이려니 하며 봐 왔던 내용을, 이후의 특집 방송을 보며 사후 세계임을 알게됐다. 많은 사람들에게 열린 결말로, 순간이 영원 되게 하는 덕임의 낭독이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정말로 문을 열고 나간다는 게 이생으로 되돌아 감인데, 정조는 그러지 않았다는 것. 결국 사랑하는 여인과 영원히 함께 하기로 결정한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 있어 보였다.
역사에서 '만일'을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정조는 조선이 태평성국을 이루고, 세계 열강이 발전하던 그 시기에 어깨를 나란히 할 적임 군주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망국의 그림자는 그때부터 드리운 것이 아닌가 싶었다. 정조 독살설이 정설은 아니지만, 그 배후에 노론의 수장인 오라비를 잃은 정순왕후의 노여움이 있었다는 것은 드라마에서도 생생히 목격되는 부분이다.
성덕임이라는 궁녀에 대해 좀더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를 통해 보여주는 여인은 결코 종전의 순종적인 궁녀 이미지가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따지고 보면, 드라마 여주인공이 담아내야 할 모든 면모이긴 하다. 과거 <대장금>에서나 <이산>에서 보여줬던, <동이>나 <옥중화>에서 보여줬던 여성들이 모두 그러하듯 날래고, 영민하고 대통운수를 타고난 것임에는 대동소이 하지만, "궁녀라고 다 왕의 소유는 될 수 없다"라는 대담한 발언이나 다짐은 이 드라마 캐릭터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붉은 끝동의 의미가 왕의 여인이라는 뜻이라는데, 궁녀 성덕임이 보여온 행보는 그의 보위까지만 책임지는 궁녀였고, 이후에는 자기 자신으로 서길 원했다.
그뿐인가 왕앞에서 자신의 마지막 허세를 내보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그것이 어쩌면 좀더 지혜로운 면모가 아닐까 싶은 생각에 작가나 감독의 세심함이 느껴진다. 모든 것을 내어주지 않는 마음이 마지막 자신을 지키는 것이었음 보여주는 나약한 여인의 강직함이었음을 말이다. 참 잘 만든 드라마다! 조선 궁녀들과 후궁들에 대한 색다른 조명을 안겨주는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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