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 - 드라마리뷰
지난 추석에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K-드라마의 위상을 다시 한번 보여준 <수리남>은 실화에 바탕을 둔 조봉행 사건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었다. 자칫 2009년에 검거된 그의 사건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던 건인데, 이 드라마 하나로 수리남이라는 낯선 나라와 함께 떠들썩하게 주목하게 한 것이다. 물론 드라마란 것이 일거에 휘몰아치는 여파가 강한만큼 파도처럼 바스라져 지금은 또다른 드라마나 영화에 묻혀 잠잠한 듯 보이지마는, 그만큼 볼만한 사람들은 다 봤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윤종빈 감독은..
이렇게 드라마를 영화 <디파티드>나 <무간도>와 같은 느낌으로 긴박하게 재현한 윤종빈 감독은 어떤 분일까? 79년생으로 '용서받지 못한 자'를 제작했고, 직접 허지훈 이병 역을 연기했다. 대표작으로 <범죄와의 전쟁:남쁜놈들 전성시대>, <베를린>, <군도:민란의 시대>, <검사외전>등이 있다. 전반적으로 액션 장인인듯 하다.
전요환목사..
실제 이 드라마의 마약왕으로 등장하는 전요환 목사는 조봉행의 극적 인물인데, 감독은 어떻게 믿음을 더 줄까 하여 '목사'라는 직업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내가 비추어 보기로는 최근에 큰 화제를 일으킨 한 사이비 교단을 접목시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살짝 드는 구석이 있다. PD수첩에서 방영한 <사라진 아이들과 비밀의 왕국>편이다. 조봉행이 수리남에 들어간 시점도 94년이고, 이들이 황급히 새땅을 찾아 브라질에 이주한 시기도 이때즘이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즉, 감독은 머리 속에 두 사람을 복잡적으로 상정하고 그린 게 아닐까 하는 게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강인구..
이 드라마에서 전요환 목사를 브라질 국경 밖으로 이끌어내는데 실질적 도움을 준 민간인으로 강인구(하정우 분)가 나오는데,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협상력이 매우 좋은 사람이다. 이 사람을 보면 옛말이 떠오른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라는. 이억만리 이국 땅에서 생선 사업을 하다가 곤경에 처하지만, 매번 살 방도를 찾아 선택해 왔고, 결국에는 살아 돌아왔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변기태..
단연 이 드라마에서 언더커버는 변기태(조우진)의 역할이었다. 그의 반전 활약에 소름이 돋지 않을 사람이 없을 정도다. 세삼 그가 나온 다른 역할들도 이제는 가볍게 보지 못할 것 같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줬다.
실제는..
조봉행은 선박냉동기사로 일했다고 한다. 그런데 1994년 5월 사기 혐의로 수배를 받자 남미의 수리남으로 도망쳐 이듬해 수리남 국적을 취득했다. 조봉행이 도피했을 때 수리남에서 권력의 정점에 올랐던 인물은 데시 보우테르세였다. 그는 1987년 치러진 선거에서 낙선해 권력을 상실했다가 1990년 전화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다시 장악했다. 전화 쿠데타는 군부가 미리 국가 권력을 장악한 뒤 정부 고위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쿠데타가 성공했음을 알린 데서 유래했다. 1992년 선거에서 패한 뒤 국가민주당(NDP)의 총재를 역임하면서 막후 권력을 행사했다. 이후 2010년 8월 12일 수리남의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2015년 재선됐다.
조봉행은 검찰 조사에서 "2002년 처음 코카인 밀수에 가담한 뒤 수리남 범죄 조직의 제안으로 2004년부터 밀수를 시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봉행은 남미 최대 마약조직인 칼리 카르텔과 손잡고 수리남 내에 밀매조직을 세워 국제마약상이 됐다. 조봉행은 2005년 인터폴에 적색수배됐으며, 2009년 7월 브라질에서 마약 거래를 하다 붙잡혀 한국으로 압송됐다. 한국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해 국제마약조직을 구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를 보면 칼리 카르텔이 나온다. 메데인 카르텔의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몰락에 이어 콜롬비아의 마약계를 장악한 최대 조직이다. 그 조직과 연계하여 마약 밀반입을 했다는 것이 세삼 놀라운 대목이다. 언젠가 언론에서도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라며 선언까지 하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으나, 지난 이태원 대참사에 일조한 면이 있어서 인지 살짝 주춤해 보인다. 너무 정치적으로 포커싱된 양상 자체가 문제이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더 중요한 민생 현안도 많은데 말이다.
어쨌든 수리남은 일반 느와르 판타지 물이 아니라 첩보 언더커버 드라마였다. 반전이 있었고, 일상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안전한 마무리가 있었다. 사실 박혜진(추자현 분)이 과부될까봐 조마조마 해 하며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