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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 이주 여성 이야기, 드라마리뷰

체리그루브 2022. 12. 2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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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TV+에서 방영한 2022년 드라마다. 본 지 꽤 됐다 싶었는데 아직, 한 해도 지나지 않았다. 그만큼 한 주가 멀다하고 새로운 드라마, 예능이 쏟아져 나오고 OTT를 통해 놓친 방송들을 연달아 소비하다 보니, 올 봄에 봐 둔 드라마가 무척 오래된 것 처럼 느껴진다.

신예 김민하를 일약 글로벌 스타로 알려준 드라마 이기도 했고, 연약한 여자로 타국 오사카에서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가는 모습을 진지하게 연기해서 더욱 감동을 선사했다고 보여진다.

각 나라마다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곤 한다. 북유럽에선 핀란드와 덴마크가 한국과 일본처럼 사이가 좋지 않다고 했다. 영국과 네델란드도 비슷하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너무 유명하다. 그러나 왜 그런 관계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드라마라는 장르를 빌려 설명한다는 것은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일제 식민지 상황과 비극적 수탈 정황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드라마가 미국에서 제작해 전 세계로 공급했다는 것은 이례적이고 조금이나마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 계기이지 않나 싶다. 물론 개중에는 일본을 의식해서인지 수위 조절을 한 부분이 있지만 말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꼽고 싶은 장면은 호텔 사업을 방해하는 한 제일교포 노인의 이야기다. 선자의 손자 솔로몬이 할머니와 재차 방문해서 설득하는 과정에서, 솔로몬은 "이제 저들에게 되갚아 줘야죠"라고 한다. 교포 할머니는 그때 눈이 번쩍인다.

우여곡절 끝에 결심이 섰는지 할머니는 계약에 서명하기 위해 회사를 찾아오고 모두들 깍듯이 인사를 한다. 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보통은 야쿠자들이 소리소문없이 싸인을 받아다 줄 것인데, 일본을 너무 미화한 게 아닌가 하는 부분 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천황에 대한 보도 사진 지침이 있을 정도로 매체에 대한 국가 이미지 표현에 만전을 기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더욱 이런 의심을 해 본다.

어쨌든 싸인을 하려는 마당에 그만 솔로몬이 주책넘게 입을 놀린다 "할머나, 이제 부자 되는 거예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들렸다. 그러자 노인은 안경을 벗으며 쌓였던 한을 푼다. 그야말로 "되갚아 주는" 경건한 의식이었다. 그리곤 되 묻는다. 피 한 방울 한 방울이 싸인을 못하게 막아선다면 어찌하겠느냐고 말이다. 솔로몬은 감정이입이 되어 버려서인지 그만, "하지 마세요"라고 내뱉는다. 그 말에 할머니는 싸인 하지 않고 자리를 뜬다.

교포할머니는 애시당초 싸인을 할 마음이 없이 이 상황을 연출하려고 처음부터 계획하고 집을 나섰던 게 아니었을까 싶은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뭔가 울분을 풀어야 했을 시점이었고 말을 해야할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 때마침 솔로몬이 맞장구를 쳐준 격이다. 교포 할머니는 그렇게 되갚았다. 물론 솔로몬은 입놀림의 대가로 해고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하지만 말이다.

영화는 선자와 같은 어려운 시절을 이겨낸 우리네 여인들의 한맺힌 시절의 이야기와 그 손자 세대에까지 이어지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차별과 편견을 보여준다. 하나도 죽으면서 솔로몬에게 '되갚아 주라' 부탁하니 말이다.

드라마의 많은 부분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시즌2를 예고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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