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가족의 탄생
김태용 감독의 2006년작으로 특별한 두 가족을 조명한 영화다.
한 가정은 채현(정유미 분)네 가족이다. 미라(문소리 분)에겐 동생 형철(엄태웅 분)이 있다. 형철은 방랑기가 있어 5년만에 나타난 집에 20살 연상의 아내 무신(고두심 분)을 데리고 나타난다. 무신에겐 전남편의 전아내에게서 난, 채현이라는 딸이 있다. 미라네 집까지 찾아와 같이 살게 되고 성인으로 자란다. 눈치밥을 먹고 자라서일까,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갈구하게 되는 착한여자 컴플렉스를 갖는다. 도움요청의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는 성정이다.
또다른 한 가정은 경석(봉태규 분)네 가족이다. 배다른 누나 선경(공효진 분)에 의해 자랐다. 엄마는 이 남자 저 남자에게 사랑을 주다가, 암으로 일찍 돌아가셨다. 경석이 성인이 되어, 누나의 자유로운 연애관을 두고 엄마를 닮았다고 한 마디 하는데, 선경은 "엄마는 정이 많아서 그런 거"라고 선을 긋는다.
경석은 채현과 사귀게 된다. 채현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다. 유독 붙임성없던 경석에게도 채현의 보편적 사랑이 임한 것일텐데, 그린라이트인 줄 알고 붙잡는다. 채현은 그럼에도 아는 남자 선배들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장례식장에 가서 자기일 처럼 일을 거드는 등, 도무지 경석의 애인으로써의 집중은 소홀이 하는 것 같이 보인다.
이 커플은 채현의 고향집에 방문한다. 고향집에는 미라와 무신이 있다. 두 명의 엄마. 남자라곤 씨가 말랐는지, 딸과 헤어진다 하여도 "자고 가라"며 경석을 환대한다. 경석이 자라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따뜻한 환대. 모계사회의 환대가 이런 것일까? 경석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열린 결말로 종결된다.
한동안 기억에 오래토록 남을 영화 같다. 이 비정상 가족의 나열과 결합에 대해 우리에게 묻는 것이 있는데, 전통적인 가족이 아닌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아도 가족이 된다는 '동거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고, 사회적 수용에 대한 주제를 담고 있다. 우리처럼 다양한 현대사회의 가족은 더이상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더 다양한 정상가족이 존재해야 하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최근 여가부가 동거 및 사실혼 부부, 위탁가정 등을 가족으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입장을 뒤집고 '현행 유지' 방침을 밟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소모적인 논쟁을 지양한다”는 이유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는 “이미 많은 시민이 남녀 간 혼인 또는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함께 살면서 의지하는 관계를 ‘가족’이라고 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 가족 규정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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